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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 뜨거운 청약 열기

myview98417 2026. 9. 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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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파트 우습게 본 미국

로스앤젤레스 뜨거운 청약 열기, 이런 곳에 살고 싶다는 사람들의 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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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한국식 성냥갑 아파트를 LA에 짓겠다고요? 여긴 미국입니다." 조롱과 비웃음이 가득했던 시청 공청회장. 30년간 방치된 코리아타운의 폐차장 부지에 18층짜리 한국형 아파트를 올리겠다는 선언에 미국 시행사들은 콧방귀를 꼈습니다. 물바다가 된 모델하우스, 새벽을 찢는 규모 6.4의 강진, 그리고 쏟아지는 소송과 텃세까지. 과연 한국의 'K-아파트'는 콧대 높은 미국의 편견을 깨부술 수 있을까요?

※ 1: 「성냥갑」이라는 단어

로스앤젤레스 시청 3층 공청회장. 묵직한 참나무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캘리포니아의 눈부신 햇살이 무색할 만큼 서늘하고 적대적인 공기가 뺨을 때렸다. 카펫이 깔린 바닥은 발소리를 먹어 치웠지만, 사람들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웅성거림은 공간을 꽉 채우고도 남았다. 내 인생 처음으로 '성냥갑'이라는 한국어를 그토록 노골적인 영어 단어로 번역해 들은 것은 바로 그날이었다. 매치박스. 단상에 선 지역 개발사 대표는 거만한 미소를 머금은 채 프로젝터 화면에 서울의 위성사진을 띄웠다. 그리고는 날카로운 붉은색 레이저 포인터로 회색빛 아파트 단지들을 동그랗게 에워싸며 찌르듯 말했다.

"시민 여러분, 그리고 위원님들. 이게 바로 저 멀리 태평양 건너에서 온 회사가 우리 아름다운 도시에 짓겠다는 흉물입니다. 똑같이 생긴 콘크리트 상자 여덟 개. 우리는 이미 이런 우스꽝스러운 주거 형태를 1970년대에 시도했다가 처참하게 실패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프루이트아이고 단지의 폭파 철거 영상을 다들 기억하시죠? 저들은 지금 그 실패한 유령을 코리아타운 한복판에 부활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방청석 곳곳에서 참을 수 없다는 듯 실소가 터져 나왔다. 누군가는 고개를 저었고, 누군가는 노골적으로 야유를 보냈다. 하지만 나는 웃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다. 우리가 LA 시의회에 제출한 것은 단순히 낡은 과거의 답습이 아니었다. 지상 18층 규모의 8개 동, 총 1,240세대. 거기에 수영장과 피트니스 센터를 포함한 첨단 커뮤니티 시설과 넉넉한 지하 2층 주차장을 꽉 채워 넣은 완벽한 거주 계획안이었다. 부지는 코리아타운 올림픽대로 남쪽, 장장 3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흉물스러운 폐차장과 녹슨 창고로 방치되어 범죄의 온상이 되었던 4만 제곱미터의 버려진 땅이었다. LA시가 만성적인 주택난 해소를 위해 밀도 완화 인센티브까지 파격적으로 내걸었지만,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잘나가는 미국 시행사 세 곳이 혀를 내두르며 손을 털고 나간 바로 그 저주받은 자리였다.

그때, 맨 앞줄에 앉아 있던 깐깐한 인상의 건축 칼럼니스트가 펜을 내려놓고 번쩍 손을 들었다.

"현장 총괄 소장님께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한국식 고층 아파트 단지가 이 광활한 미국 땅에서 단 한 번이라도 성공한 선례가 있습니까?"

마이크를 끌어당기는 내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없습니다."

나는 숨을 고르며 짧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칼럼니스트는 기다렸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쏘아붙였다.

"선례도 없는 무모한 짓을 대체 왜 이 캘리포니아 한복판에서 하시겠다는 겁니까?"

사실 나는 그 날카로운 질문에 대비해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사업성 분석과 인구 밀도 데이터를 머릿속에 외워둔 참이었다. 하지만 수백 개의 경멸 어린 눈동자를 마주한 그 순간, 혀끝을 맴돌던 복잡한 숫자들은 자취를 감추고 전혀 다른 날것의 말이 튀어나왔다.

"지금 이 방에 계신 분들 중에, 한겨울 새벽에 화장실을 가다 발이 너무 시려서 두꺼운 털 슬리퍼를 챙겨 신고 주무시는 분 계십니까? 계시다면 솔직하게 손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정적이 흘렀다. 공청회장 안의 누구도 선뜻 손을 들지 않았다. 캘리포니아의 주택들이 겨울이면 얼마나 바닥이 차갑고 외풍이 심한지 다들 뼈저리게 알면서도,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차마 이방인 앞에서 손을 들지 못한 것이다. 헛기침 소리만이 공허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나는 마이크에서 입을 뗐다. 나중에 회의장을 빠져나오는 복도에서, 이 지역구를 담당하는 젊은 시의원이 내 곁으로 다가와 조용히 속삭였다.

"사실 저는 아까 손을 번쩍 들 뻔했어요, 소장님. 우리 집 마룻바닥은 겨울이면 얼음장 같거든요."

그날 밤, 코리아타운의 낡은 호텔 숙소에서 나는 한국에 있는 본사 전무와 긴 통화를 나누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피곤함이 묻어있었지만 날카로웠다.

"그래, 오늘 공청회 분위기는 어떻더냐?"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를 그저 후진국에서 온 건설사가 싼구석 집이나 팔아치우러 온 사기꾼 취급을 합니다. 성냥갑이라는 모욕까지 들었습니다."

내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분노가 배어 있었지만, 전무는 잠시 깊은 침묵을 지키더니 이내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허허, 그거 참 다행이네. 애초에 기대치가 그토록 바닥을 기고 있다면, 앞으로 우리가 보여줄 일로 위로 올라갈 일만 남은 거 아니겠냐. 쫄지 마라. 원래 없는 길을 내는 놈이 돌을 제일 많이 맞는 법이다."

전화를 끊고 창가로 다가가 블라인드를 걷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코리아타운의 낡은 저층 빌라들이 흐릿한 가로등 불빛 아래 위태롭게 서 있었다. 1920년대에나 지어졌을 법한 비좁은 건물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창문에 위태롭게 매달린 에어컨 실외기들, 그리고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밤마다 어두운 골목을 세 바퀴씩 뱅뱅 도는 지친 사람들의 차들. 이 거대한 도시는 단순히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었다. 인간답게, 안전하고 따뜻하게 살 만한 진짜 '집'이 부족했다. 나는 책상으로 돌아와 노트북을 열었다. 그리고 빈 화면에 뜬 착공 일정표의 첫 줄에, 우리의 역사가 시작될 날짜를 묵직하게 두드려 넣었다.

※ 2: 흙 파는 데만 넉 달

미국 땅에서 거대한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단순히 시멘트를 붓고 철근을 올리는 물리적인 노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한 서류의 산을 짓고 규제의 늪을 헤엄치는 지독한 행정의 과정이었다. 첫 삽을 뜨기 위한 착공 인허가를 받아내는 데만 무려 열한 달이라는 피 말리는 시간이 증발해 버렸다. 소방국, 수도전력국, 교통국, 까다롭기 그지없는 환경영향평가,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끝없는 항의를 방어해야 하는 청문회만 네 번. 한국 현장이었다면 길어도 3개월이면 끝났을 행정 절차가 이곳에서는 마치 시간을 멈추는 마법처럼 끝없이 늘어졌다. 나는 매일 아침 동이 트기도 전인 여섯 시에 현장 사무소로 출근해, 두꺼운 백과사전 두께의 영어로 된 지역 건축 규정집을 밑줄을 쳐가며 읽었고, 저녁이 되면 모니터 텍스트에 핏발이 서서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곤 했다.

우리를 가로막은 가장 거대하고 견고한 벽은 다름 아닌 '지하주차장'이었다. 땅값이 금값인 LA에서 지하 2층까지 파 내려가 1,240세대 규모의 주차장을 만들겠다고 선언하자, 심의위원들은 서류를 던지며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이보시오, 여긴 단단한 암반 위에 지어진 뉴욕이 아니라 캘리포니아입니다. 언제 땅이 갈라질지 모르는 지진대에 지하 2층 규모의 구멍을 뚫겠다니, 건물을 통째로 생매장시킬 작정입니까?"

그때, 우리 팀의 구조 검토서를 양손에 꽉 쥔 젊은 엔지니어가 벌떡 일어섰다. 교포 2세이자 UC버클리에서 지진공학을 수석으로 전공한 그 친구는, 떨리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미국토목학회 ASCE 7 규정을 훌쩍 뛰어넘는, 리히터 규모 7.5의 강진에도 끄떡없는 초고강도 대응 설계입니다. 흔히 쓰는 일반적인 면진 받침을 넘어, 거대한 전단벽과 특수 감쇠장치를 촘촘히 조합했습니다. 위원님들이 우려하시는 이 깊은 지하층은, 오히려 건물의 무게 중심을 아래로 끌어내려 거대한 닻처럼 지반에 단단히 붙잡아 주는 완벽한 앵커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위원 중 한 명이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못한 채 삐딱하게 물었다.

"그토록 복잡하고 돈이 많이 드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왜 굳이 지하로 파고들려는 거요? 그냥 값싸게 지상에 거대한 주차 빌딩을 하나 세우면 끝날 일 아닙니까?"

엔지니어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지상에 차를 빽빽하게 채워 넣으면,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고 이웃들이 햇살을 맞으며 산책할 수 있는 푸른 땅이 영영 사라져버리니까요. 우리는 주차장이 아니라 사람들이 사는 커뮤니티를 짓고 있는 겁니다."

관공서의 벽을 넘으니 이번에는 건설 노조라는 거대한 장벽이 버티고 있었다. 콧대 높은 현지 노조원들은 한국에서 온 기술진의 낯선 공법을 철저히 불신하고 배척했다. 특히 그들의 신경을 긁은 것은 한국식 '온돌' 시스템이었다. 십수 년 경력의 우리 측 배관 반장님이 복잡하게 얽힌 바닥 배관 도면을 펼쳐놓고 땀을 뻘뻘 흘리며 설명하려 하자, 미국 측 현장 반장 하나가 어깨를 으쓱하며 코웃음을 쳤다.

"나무 바닥 아래에 뜨거운 물이 흐르는 얇은 파이프를 수백 미터나 깐다고? 미쳤군. 그러다 지진이라도 나서 배관이 터지면, 그 뜨거운 물이 아랫집 천장을 폭포수처럼 뚫고 무너져 내릴 거요. 이건 재앙입니다."

그 말을 들은 우리 반장님은 굳은 얼굴로 통역을 담당하는 현장 코디네이터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제니, 저 친구한테 똑똑히 전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바닥에 불을 떼서 몸을 지지는 기술을 무려 700년 동안이나 해왔다고. 파이프로 온수를 돌리기 시작한 것도 벌써 60년이 넘었고. 여태껏 배관 터져서 아랫집 천장 무너졌다는 소리 들어본 적 있으면 지금 당장 내 눈앞에 데려와 보라고 해!"

그해 뼛속까지 시린 겨울, 본사의 매서운 재정 압박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공법의 완벽함을 증명하기 위해 시험동 한 개 층을 먼저 시멘트로 빚어 올렸다. 층간소음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바닥 슬래브 두께를 무려 210밀리미터로 타설했다. 이는 미국 일반 건축 표준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무식할 정도의 두께였다. 덕분에 철근과 콘크리트 자재비가 예산보다 30퍼센트나 초과 발생했고, 본사 재무팀에서는 매일같이 날 선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나는 그 수많은 질책성 이메일에 오직 단 한 줄의 문장만을 적어 회신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입주민들의 끔찍한 민원과 칼부림은, 건물이 다 지어지고 난 준공 후에는 수십억을 들여도 결코 고칠 수 없습니다.'

살얼음판 같았던 착공식 당일, 우리를 성냥갑 장수라 조롱했던 그 지역 개발사 대표가 자신의 최고급 SUV를 직접 몰고 흙먼지 날리는 현장 앞을 아주 천천히 지나갔다. 짙게 선팅된 창문이 스르륵 내려가더니, 그는 차창 밖으로 팔을 빼고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그것이 무모한 이방인들을 향한 조롱인지, 아니면 패배를 예감한 자의 발악적인 인사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땀에 전 안전모를 천천히 벗어 들고, 흙투성이가 된 얼굴로 그를 향해 똑같이, 아주 정중하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 3: 물바다가 된 모델하우스

완성된 모델하우스를 세상에 공개하는 날, 나는 언론의 호의적인 리뷰를 바라는 대신 철저하게 회의론자들만을 골라 초청장을 돌렸다. 우리를 대놓고 무시했던 지역 개발사 대표, 깐깐한 건축 칼럼니스트, 끊임없이 발목을 잡던 시의회 반대파 의원 셋, 그리고 특종의 냄새를 맡고 몰려든 펜대 날카로운 기자 열두 명. 나는 현관 입구에 커다란 원목 신발장을 떡하니 배치하고, 그 위에 굵은 궁서체로 쓴 안내문을 붙여두었다. '이곳부터는 신발을 벗어 주십시오.'

현관에 들어선 칼럼니스트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초대받아 취재를 하러 온 거지, 아시아의 어느 사원에 예절을 배우러 온 게 아닙니다. 신발을 벗으라니요?"

나는 그들의 당혹스러움을 여유로운 웃음으로 넘기며 부드럽게 응수했다.

"이 집의 진정한 가치는 신발을 벗고 온전히 두 발로 디뎠을 때 비로소 절반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한 번만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1월의 로스앤젤레스 아침 기온은 생각보다 뼈가 시리도록 차가웠다. 투덜거리며 두꺼운 가죽 구두를 벗은 사람들이 양말 바람으로 낯선 마룻바닥을 딛는 순간, 웅성거리던 모델하우스 내부에 묘한 정적이 감돌았다. 발끝에서부터 은은하게 스며 올라오는 따뜻한 온기에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걸음을 멈춘 것이다. 칼럼니스트가 놀란 눈으로 발을 들었다 놨다 하며 바닥의 촉감을 확인하더니 나를 향해 물었다.

"세상에... 히터 바람이 아니라, 이 온기가 정말 바닥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게 맞습니까?"

뒤에서 팔짱을 끼고 지켜보던 우리 배관 반장님이 만족스러운 듯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됐어, 이 정도면 저 코쟁이들 기가 팍 꺾였을 거다.'

하지만 그 안도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투어가 시작된 지 정확히 40분째, 가장 넒은 안방을 구경하던 중이었다. 바닥 어디선가 미세하고 불길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쉭' 하는 압력 새는 소리더니, 이내 '툭' 하는 파열음이 정적을 찢었다.

모두의 시선이 바닥으로 쏠린 순간, 방구석 걸레받이 아래에서부터 검고 축축한 물이 섬뜩하게 번져 나오기 시작했다. 견고하게 짜맞춰진 마루판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쩍쩍 들뜨더니, 뜨거운 물이 거실 쪽을 향해 뱀의 혀처럼 흉측하게 밀려 나왔다. 하필이면 눈을 부릅뜬 기자 열두 명과 앙숙 같은 반대파들 앞에서.

누군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거 보십시오! 바로 저겁니다! 저래서 미국 건축에서는 바닥에 물이 흐르는 배관을 절대 넣지 않는 겁니다! 완전 재앙이군요!"

지역 개발사 대표는 그 아수라장 속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팔짱을 낀 채 차가운 비웃음만 흘리고 있었다. 차라리 고함을 질렀다면 덜 무서웠을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이 끔찍한 공간에서 쥐구멍이라도 찾아 도망치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지만,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벽에 걸린 시계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 찰나의 순간, 배관 반장님이 번개처럼 복도로 뛰어나가 벽에 설치된 작은 점검구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각 방의 온수를 통제하는 분배기함이었다. 그는 수많은 밸브 중 정확히 안방으로 향하는 붉은 밸브 단 하나만을 힘껏 잠갔다. 폭포수처럼 밀려 나오던 물이 거짓말처럼 뚝 멎었다. 사태가 진압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22초.

숨을 헐떡이며 일어선 그가 현장 코디네이터 제니를 향해 다급하게 소리쳤다.

"통역해! 이 한국식 아파트는 방마다 배관 밸브를 따로따로 잠글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고! 물이 샌 이 방 하나만 잠갔을 뿐, 나머지 거실과 다른 방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따뜻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전해! 당장 바닥 만져 보라고 해!"

제니의 다급한 영어 통역에, 기자들이 반신반의하며 젖지 않은 거실 바닥에 맨손을 댔다. 놀랍게도 바닥은 여전히 훈훈한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 반장님이 거친 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그리고 잘들 보쇼. 지금부터 이 바닥 뜯어낼 테니까, 당신들 들고 온 그 비싼 카메라 끄지 말고 다 켜 두쇼!"

우리는 입을 다물지 못하는 참관인들 앞에서, 도구를 가져와 물을 먹어 부풀어 오른 마루판 여섯 장을 가차 없이 뜯어냈다. 축축한 시멘트 틈새로 문제가 된 배관 파이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런데 그것은 수압을 견디지 못해 이음매가 터진 자연적인 누수가 결코 아니었다. 붉은색 파이프의 매끈한 옆구리에는, 마치 누군가 드릴로 악의적으로 뚫어놓은 듯한 완벽하고 깨끗한 원형 구멍 하나가 선명하게 뚫려 있었다.

구조 엔지니어가 랜턴을 가까이 비추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재질의 열화나 압력으로 인한 파단이 아닙니다. 자연적으로는 절대 이런 모양으로 찢어지지 않습니다. 이건 누군가 고의로 공구를 사용해 뚫어버린 겁니다."

방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나는 전날 밤 현장 경비실의 출입 기록을 미친 듯이 뒤져 요청했다. 기록지에는 오후 9시 14분,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하도급 청소업체 명의의 신원 미상 인원 두 명이 이 모델하우스에 무단으로 입장한 기록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우리는 웅성거리는 무리들 앞에서 보란 듯이 새 자재를 가져와 터진 배관을 잘라내어 교체하고, 미장과 마루판까지 원래 상태로 완벽하게 복구해 냈다. 이 모든 작업이 끝나는 데 걸린 시간은 총 1시간 50분.

작업을 지켜보던 칼럼니스트가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만약 이게 벽체 안으로 파이프를 매립하는 미국식 공법이었다면, 누수를 고치는 데 대체 몇 시간이나 걸렸을까요?"

엔지니어가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벽의 젖은 석고보드를 전부 부수고 뜯어낸 뒤 골조 안쪽을 파내야 하니까요. 빨라도 이틀은 족히 걸렸을 겁니다."

참관이 끝나고 모두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돌아가는 길, 시의원이 잰걸음으로 다가와 내 거친 손을 덥석 잡았다.

"소장님... 아까 그 배관에 구멍을 낸 짓, 대체 누가 사주한 건지 짐작 가는 곳이 있으세요?"

나는 굳은 얼굴로 애써 고개를 저으며 모른다고 답했다. 사실 내 머릿속에는 그 짓을 벌일 만한 자들의 얼굴이 뚜렷하게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내게는 결정적인 물증이 없었고, 증거 없이 섣불리 입을 여는 순간 우리가 억울한 피해자에서 한낱 핑계를 대는 음모론자로 전락해 버린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나는 그날 밤, 보안실에서 넘겨받은 출입 기록 원본을 복사기에 넣어 세 벌을 만들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각기 다른 안전한 장소에 깊숙이 숨겨두었다. 먼지 묻은 그 얇은 종이 몇 장이, 훗날 1년 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내 목숨을 살려줄 동아줄이 될 줄은 그땐 꿈에도 몰랐다.

※ 4: 새벽 4시 27분, 무너진 건 우리가 아니었다

새벽 4시 27분. 세상이 가장 깊은 잠에 빠져있을 그 시간, 캘리포니아의 검은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 거대하고 사나운 짐승이 꿈틀거리는 듯한 기괴한 울림이 시작되었다. 리히터 규모 6.4의 강진이었다. 침대에 누워있던 내 몸이 허공으로 튕겨 나가 딱딱한 벽에 어깨를 무참히 찧었고, 찢어지는 듯한 고통 속에서도 나는 본능적으로 신발 한 짝만을 간신히 꿰어 신은 채 미친 듯이 차 키를 거머쥐고 현장으로 차를 몰았다. 차 안에 켜둔 라디오에서는 패닉에 빠진 앵커가 떨리는 목소리로 코리아타운 일대의 연쇄 붕괴 신고를 다급하게 읽어 내리고 있었다. 핸들을 쥔 내 두 손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덜덜 떨렸고, 나는 그 끔찍한 어둠 속에서 내 건설 인생이, 아니 내 모든 것이 끝장났다고 생각했다. 지상 18층 규모의 여덟 개 동, 아직 외장재조차 제대로 붙지 않아 바람막이 하나 없는 앙상한 뼈대 상태의 골조. 만약 그 육중한 쇳덩이와 콘크리트가 이 강진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면, 나는 단순히 감옥에 갇히는 범죄자가 아니라 무고한 사람들을 짓뭉개버린 희대의 살인마가 되는 것이었다.

미친 듯이 액셀을 밟아 도착한 현장은 뿌연 먼지로 가득했다. 차에서 굴러떨어지듯 내리자, 안전모에 헤드랜턴을 쓴 구조 엔지니어가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지진 계측 데이터가 떠오르는 노트북 앞에 쪼그려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차마 모니터의 수치를 확인할 용기가 나지 않아, 대신 창백하게 질린 그의 입술보다 눈빛을 먼저 읽으려 애썼다.

엔지니어가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나를 올려다보며 거친 숨을 내뱉었다.

"최상층 층간변위 수치, 허용치의 고작 43퍼센트 수준입니다. 골조의 잔류변형 제로. 심각한 균열, 단 한 군데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완벽하게 버텨냈습니다, 소장님."

그 한마디에 내 다리의 모든 근육이 풀려버리며, 나는 먼지 구덩이인 차가운 흙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진짜 끔찍한 비극은 우리의 튼튼한 현장이 아니라, 길 하나를 사이에 둔 담장 너머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것은 1962년에 준공되어 낡을 대로 낡은 인근의 4층짜리 미국식 아파트였다. 건물을 떠받치고 있던 1층 필로티 주차장의 얇은 기둥들이 지진의 횡력을 견디지 못하고 성냥개비처럼 맥없이 주저앉았고, 그 위로 육중한 건물이 피자탑처럼 한쪽으로 기괴하게 기울어져 언제 붕괴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도착하기까지는 앞으로 11분이나 더 남은 절망적인 순간. 우리의 배관 반장님이 굳은 얼굴로 야간조 인부 열네 명을 소집하더니, 미처 말릴 새도 없이 무너진 건물 담장을 훌쩍 넘어버렸다. 수도 파이프나 만지던 배관 반장이 생사를 오가는 붕괴 현장에 중장비인 유압 잭을 챙겨 들고 뛰어들다니. 그는 언제 머리 위로 콘크리트 슬래브가 떨어질지 모르는 무너진 주차 공간의 좁고 어두운 틈새로 짐승처럼 기어 들어갔다. 그리고 목숨을 걸고 기울어진 거대한 슬래브 아래에 두 개의 유압 잭을 위태롭게 세워 공간을 확보해 냈다. 그가 목숨을 걸고 만든 그 한 뼘의 틈새로, 흙먼지를 뒤집어쓴 갓난아기 하나와 거동이 불편한 노인 두 명이 기적처럼 빛을 보며 끌려 나왔다.

하지만 세 번째로 생존자를 구하러 들어갔다 간신히 빠져나온 그의 왼손은 피투성이였다. 무너져 내리는 잔해에 짓눌려 손가락 두 개가 끔찍하게 으스러져버린 것이다. 날이 밝아 구급차에 실려 가 병원 응급실 침대에 누운 그는,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곁에 선 내 옷깃을 끌어당기며 간곡하게 부탁했다.

"소장님... 이거 작업하다 다친 거 아니니까, 행여나 산재 처리한다고 본사에 보고서 올리고 그러지 마쇼. 현장 책임자인 소장님 입장만 난처해집니다. 내 손가락이야 알아서 고치면 되니까."

나는 차오르는 눈물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본사에 올린 정식 사고 보고서에 그가 목숨을 걸고 생명을 구하다 다쳤다는 사실을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기록해 넣었다.

단전으로 인해 온 도시가 암흑천지로 변했던 그날 밤, 우리 건설 현장의 거대한 비상발전기 세 대는 미친 듯이 굉음을 내며 밤새도록 돌아갔다. 아직 입주민은커녕 페인트조차 마르지 않은 텅 빈 커뮤니티 센터에 환하게 불이 켜졌고, 추위와 공포에 떨던 동네 이재민 340명이 새벽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몰려들어 왔다. 얼음장 같았던 바닥에는 발전기로 돌린 온수가 돌아 구들장처럼 따뜻해졌고, 그 위에 이재민들의 낡은 담요가 겹겹이 깔렸다. 뜨거운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화장실 앞에는 밤새도록 긴 줄이 이어졌다. 그 지옥 같았던 강진의 새벽, 코리아타운 전체를 통틀어 온전한 빛과 열기를 뿜어내며 정상 작동하는 건물은 오직 아직 미완성인 우리의 아파트 단지뿐이었다.

날이 밝자, 우리를 헐뜯던 칼럼니스트가 평소 메고 다니던 카메라도 없이 퀭한 얼굴로 커뮤니티 센터에 들어왔다. 그는 바닥에 누워 잠든 수백 명의 사람들을 한참이나 멍하니 쳐다보다가 내게 다가와 낮게 물었다.

"아직 준공 허가도 나지 않은 공사 현장 문을 대체 왜 함부로 연 겁니까? 나중에 다친 사람이라도 생기면 보험 처리 문제로 수십만 달러를 물어낼 수도 있을 텐데."

나는 밤을 새워 충혈된 눈을 비비며 쉰 목소리로 담담하게 대답했다.

"이 문을 열지 않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외면한다면... 우리가 그토록 모진 핍박을 견디며 이곳에 왜 그 많은 돈을 들여 진짜 '집'을 지으려 했는지, 세상에 영영 설명할 길이 없어지니까요."

하지만 지진의 영웅이라는 달콤한 찬사는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강진 발생 사흘 뒤, 보기 흉하게 무너져 내린 옆 건물의 악덕 소유주가 우리 건설사를 상대로 막대한 액수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어왔다. 우리가 무리하게 파고든 지하 굴착 공사와 대규모 지하수 배수 작업이, 자신들 건물의 낡은 지반과 기초를 돌이킬 수 없이 약화시켜 이번 붕괴를 초래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이었다.

우리 측 법률 대리인은 혀를 내두르며 코웃음을 쳤다.

"과학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전혀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쓰레기 같은 억지 소송입니다. 하지만... 만약 반대파들이 이 프레임에 여론의 불을 지피기 시작한다면, 그때는 진실과 상관없이 말이 되는 무서운 괴물로 변할 수 있습니다."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LA 유력 조간신문 1면에는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미국식 아파트의 잔해와, 단단하게 버티고 서서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우리의 거대한 골조 사진이 나란히 비교되어 실렸다. 나는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직감했다. 이것은 끝이 아니라 새롭고 더 지독한 전쟁의 시작이라는 것을. 이 낯선 도시에서 지난 30년간 종이박스 같은 건물을 지어 막대한 부를 축적해 온 카르텔 세력들이 그 1면을 보았을 테니까. 우리는 어젯밤 지진으로부터 승리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먹잇감으로 완벽하게 표적이 된 것이다.

※ 5: 27,300건 중 4,100건이 유령이었다

우려했던 소송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야속하게 시간은 흘러, 마침내 입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 등록 창이 열렸다. 그런데 서버를 오픈한 지 단 96시간 만에, 모니터에 찍힌 접수 건수는 믿기 힘든 숫자를 가리키고 있었다. 27,300건. 1,240세대 모집에 무려 22대 1이라는, LA 부동산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적인 경쟁률이었다. 특히 채광이 좋은 84제곱미터 남향 타입은 무려 61대 1까지 치솟았다.

현장에 임시로 마련된 상담센터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자 전쟁터였다.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수십 대의 전화기를 붙잡고 직원들은 목이 쉬어라 같은 대답을 반복해야 했다. 사람들의 질문은 대체로 세 가지로 요약되었다. '정말로 히터를 틀지 않아도 바닥 전체가 따뜻하냐', '위층에서 아이들이 쿵쿵 뛰어도 층간소음이 진짜로 안 들리냐',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대당 주차 두 대가 추가 요금 없이 진짜 무료로 보장되느냐'. 특히 세 번째 주차 질문에 이르러서는 십중팔구 다들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번, 세 번씩 되묻곤 했다. 만성적인 주차 지옥을 앓고 있는 이 코리아타운에서 넉넉한 주차 공간이란 거의 종교에 가까운 구원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순조로운 흥행 돌풍을 타는 듯 보였지만, 그 화려한 숫자 이면에 숨겨진 기이한 이상 징후를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현장 코디네이터 제니였다. 모두가 퇴근한 밤 열한 시, 그녀가 파리하게 질린 얼굴로 서류 뭉치를 든 채 내 사무실 방문을 다급하게 두드렸다.

"소장님... 뭔가 크게 잘못된 것 같아요. 등록자들의 거주지 주소가 겹쳐도 너무 많이 겹칩니다."

그녀가 내민 서류에는 놀랍게도 도심 외곽의 자그마한 우편함 대행업체 단 한 곳의 주소지로 접수된 신청 건수가 무려 400건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이튿날 날이 밝자 썩은 고름은 더욱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왔다. 특정 은행의 같은 지점에서, 그것도 완벽하게 동일한 날짜에 발급된 수십만 달러짜리 잔고증명서가 무려 1,900장이나 쏟아져 나온 것이다. 게다가 서명란의 필체가 소름 끼치도록 비슷한 위임장 묶음들, 심지어 서버 기록상 등록 시각이 인간의 손으로는 불가능한 0.4초 간격으로 연속해서 찍힌 매크로 신청 수백 건까지 발견되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우리는 즉시 전산팀을 투입해 사흘 밤낮을 꼬박 새우며 27,300건의 데이터를 샅샅이 전수 대조했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걸러낸 허수와 부정 청약 건수는 무려 4,100여 건에 달했다.

추적 끝에 드러난 배후는 크게 세 개의 거대한 조직이었다. 하나는 이 일대 부동산을 주무르는 악명 높은 지역 브로커 연합, 하나는 돈세탁을 목적으로 들어온 신원 미상의 역외 자금,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뼈아프게도 굳게 믿었던 우리 하도급사 핵심 임원의 처가 식구들이 차명으로 동원된 조직이었다. 배신감에 피가 거꾸로 솟은 나는 문제의 하도급 임원을 그날로 즉각 계약 해지하고 현장에서 쫓아냈으며, 이 거대한 부정 청약 시도를 시 당국에 자진 신고하기 위해 서류를 챙겼다.

하지만 소식을 듣고 헐레벌떡 달려온 우리 측 법률 대리인이 내 팔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만류했다.

"소장님, 제발 이성을 찾으십시오! 이 엄청난 비리를 영원히 숨기라는 게 아닙니다. 일단 무사히 준공 검사부터 통과하고, 건물이 완전히 우리 손을 떠난 뒤에 조용히 알리자는 겁니다. 지금 벌집을 쑤셔놓으면 저들이 가만있겠습니까?"

나는 매서운 눈빛으로 변호사를 쏘아보며 되물었다.

"그때 가서 다 짓고 난 뒤에야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지면, 세상 사람들이 우리 건설사를 보고 대체 뭐라고 부르겠습니까?"

변호사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었다. 나는 이미 그 비참한 정답을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우리가 불법을 방조하고 은폐한 파렴치한 공범이라고 손가락질할 것이 뻔했다.

나의 강행으로 자진 신고가 접수되자, 기득권 카르텔의 맹렬한 역풍은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고 치명적으로 불어닥쳤다. 다음 날 아침, 이 지역의 한 유력 매체 1면에는 악의적으로 왜곡된 굵은 헤드라인이 대서특필되었다.

「건방진 한국 건설사, 자체 판단으로 캘리포니아 시민 4,100명 무단 탈락시켜」

일개 외국계 시행사가 대체 무슨 지엄한 권한이 있다고 선량한 미국 시민들을 제멋대로 검열하고 걸러내느냐는 선동적인 기사였다. 돈을 먹은 브로커 쪽에서 작정하고 사주한 더러운 언론 플레이였다. 그다음 주가 되자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우리가 사용하는 전산 추첨 프로그램 자체가 이미 조작되어 있다는 악의적인 소문이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이른바 로열층이라 불리는 특정 동, 특정 향의 고층 세대들이 이미 유력 정치인들과 뇌물을 준 자들에게 은밀하게 내정되어 있다는 끔찍한 음모론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건물을 다 짓기도 전에 신뢰가 박살 나 폭동이 일어날 판이었다. 나는 극단의 조치를 취했다. 기존의 밀실 전산 추첨 방식을 통째로 갈아엎고, 시 감사관, 깐깐하기로 소문난 주 검찰 참관인, 외부의 독립적인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들을 모두 호출했다. 그리고 지난번 4,100명의 부정 청약 낙방자 중 무작위로 뽑은 평범한 시민 배심원 열두 명을 단상에 올렸다. 추첨은 투명한 둥근 통 안에 번호표를 넣고 배심원들이 직접 손으로 뽑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수백 명이 모인 넓은 시청 강당에서 지역 방송국 카메라를 통해 단 1초의 편집도 없이 날것 그대로 생중계되었다.

추첨 전날 밤 늦게 퇴근하던 길, 어두컴컴한 지하 주차장에서 내 차를 향해 걷던 중,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쓴 브로커 조직의 행동대장 하나가 담배를 피우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흔한 뇌물 봉투 하나 내밀지 않은 채, 소름 끼치도록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나직하게 경고했다.

"미스터 강, 당신이 쥐고 있는 그 비자 스폰서가 누군지, 그들의 약점이 뭔지 우리가 모를 것 같소? 똑똑히 명심해 둬. 이 거대한 도시에 지어진 룰 안에서, 당신은 그저 언제든 쫓겨날 수 있는 불청객이자 손님일 뿐이야."

나는 끓어오르는 공포를 숨긴 채 그의 날카로운 눈매와 흉터를 내 머릿속에 또렷하게 각인시켰다.

피 말리는 추첨 당일, 투명한 통에서 당첨 번호가 하나씩 불려 나올 때마다 숨죽였던 강당 곳곳에서는 기쁨의 눈물과 환호성이 축포처럼 터져 나왔다. 낡은 상가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며 평생 월세방을 전전했다던 중년의 멕시코계 남자가 3동 1104호에 당첨되자, 그는 품에 안고 있던 어린 딸을 부둥켜안고 짐승처럼 통곡했다. 강당 맨 뒤쪽 구석, 그림자 진 곳에는 앙숙이었던 지역 개발사 대표 뎁스가 팔짱을 굳게 낀 채 그 광경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묘하게도 그의 눈시울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는 훗날 내게 조용히 고백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1968년, 가난한 이민자 시절 임대주택에 당첨되었을 때 마지막으로 저런 간절한 줄과 짐승 같은 울음을 보았었노라고.

나는 그날 밤, 낯선 미국 땅에 온 이후 처음으로 중간에 한 번도 깨지 않고 무려 여덟 시간 동안 깊은 단잠을 잤다. 비록 그것이 이 지독한 현장에서 누린 내 생애 마지막 숙면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 6: 콘크리트 코어 시료 7번

피와 땀으로 일군 아파트가 마침내 웅장한 위용을 드러내고, 입주민들의 설레는 준공 검사를 불과 이틀 앞두고 있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현장 사무소로 시 당국의 날 선 인장이 찍힌 청천벽력 같은 '사용승인 긴급 정지 통보서'가 팩스로 날아들었다. 사유는 신원 미상의 내부자 익명 제보에 따른 긴급 구조 안전 조사. 통보서 뒤에 차갑게 첨부된 것은 지역에서 꽤나 권위 있는 사설 시험소의 콘크리트 강도 성적서였다.

거기에 적힌 숫자는 내 두 눈을 의심케 했다. 시료 번호 7번, 채취 위치 3동 지하 1층 전단벽. 설계상 반드시 나와야 할 기준 강도는 40메가파스칼이었으나, 측정된 수치는 고작 26.3에 불과했다. 기준치의 66퍼센트. 만약 이 시험소의 숫자가 한 치의 거짓 없는 사실이라면, 우리가 지난 2년간 피땀 흘려 지은 이 1,240세대의 거대한 아파트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끔찍한 흉기이자 거대한 무덤이었다.

숫자를 확인한 순간, 손끝부터 심장까지 차갑게 얼어붙는 듯했다. 긴급 소집된 시청 청문회장 방청석에는 며칠 뒤면 새집에 들어갈 꿈에 부풀어 있던 입주 예정자들이 아이를 뜬눈으로 안은 채 불안과 분노가 뒤섞인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전날 밤, 창백해진 변호사는 서류를 집어 던지며 소리쳤다.

"이건 단순한 과징금으로 끝날 문제가 아닙니다! 형사 고발로 이첩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소장님의 비자 역시 당장 취소될 위험에 처했습니다. 한국 본사에서는 더 큰 스캔들을 막기 위해 굴욕적이더라도 모든 걸 인정하고 막대한 위약금을 물어 합의로 끝내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새벽에 걸려 온 전무의 전화 통화 내용도 다르지 않았다.

"도윤아, 억울하더라도 어쩌겠냐. 일단 뼈아프게 실수 인정하고, 돈이 얼마가 들든 전면 보강공사 하겠다고 숙여라. 회사 문 닫게 생겼다."

나는 전화통을 쥐고 피를 토하듯 반문했다.

"전무님, 우리가 정말로 부실을 냈습니까? 우리 스스로 떳떳한데 왜 고개를 숙여야 합니까!"

수화기 너머에서는 뼈저린 침묵만이 흘렀고, 나는 거칠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청문회가 시작되자, 반대 측 증인석에 앉은 자의 얼굴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몇 달 전 우리 현장에서 근무하다 불미스러운 일로 해고되었던 전직 품질관리 보조였다. 그는 성서를 쥔 손을 높이 들고, 3월 셋째 주 토요일 오전에 현장에서 시멘트를 싣고 온 레미콘 트럭에 단가를 낮추기 위해 몰래 엄청난 양의 물을 탔으며, 자신이 이를 격렬하게 항의하다 부당하게 해고당했다고 위증을 퍼부었다. 반대 측 변호인은 두꺼운 파일을 허공에 거칠게 흔들며 사자후를 토해냈다.

"존경하는 위원 여러분! 이 끔찍한 사태는 한국과 미국의 사소한 문화적 차이가 아닙니다. 이것은 1,240가구 시민의 목숨을 담보로 한 추악한 살인 미수이자 명백한 범죄 행위입니다!"

방청석에서 분노한 사람들의 고함과 욕설이 빗발치는 가운데, 마침내 내게 발언권이 주어졌다. 나는 마이크를 끌어당기고,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른 채 첫 문장을 아주 차분하고 무겁게 내뱉었다.

"증인의 말대로, 그날 문제의 레미콘 트럭에 물을 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순간 청문회장 안은 찬물을 끼얹은 듯 폭풍전야의 정적에 휩싸였다. 변호사는 머리를 감싸 쥐었고, 반대 측은 승리를 확신한 듯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곧바로 준비해 둔 자료 화면을 띄우며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3월 16일 오전 10시 40분경, 하청업체 소속 인부 한 명이 규정을 어기고 4호차 레미콘 통에 약 30리터의 물을 무단으로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현장의 철저한 품질관리팀이 그 사실을 단 12분 만에 적발해 냈습니다. 우리는 물이 섞여 강도가 떨어질 위험이 있는 해당 콘크리트 물량 18.4세제곱미터를 그날 저녁 중장비를 동원해 전부 가차 없이 파쇄해 버렸습니다. 그로 인해 우리는 재타설 비용 21만 달러라는 막대한 손실을 떠안았고, 금쪽같은 공사 기간을 6일이나 날려야 했습니다. 여기 보시는 화면이 그날 파쇄한 잔해 사진 47장, 폐기물 처리장의 공식 전표, 완벽하게 배합된 새로운 레미콘으로 재타설한 성적서,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두 눈으로 지켜보고 서명한 시청 소속 파견 검사관의 친필 서명입니다. 우리가 물을 탄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부실을 숨기기 위해 벽 속에 처박아둔 자리가 아니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우리 살을 도려내듯 가차 없이 잘라내어 버린 자리입니다!"

나의 폭탄 같은 발언에 이어, 구조 엔지니어 초이가 두꺼운 도면 뭉치를 들고 벌떡 일어섰다.

"저들이 부실의 증거라며 들이민 시료 7번의 채취 지점 도면을 보십시오. 그곳에는 애초에 구멍을 뚫을 콘크리트 전단벽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곳은 배관이 지나가도록 뻥 뚫어놓은 커다란 빈 공간, 슬리브 개구부입니다. 저희가 제출한 설계 도면, 시공 당시의 사진, 준공 실측 3D 스캔 자료가 모두 한 치의 오차 없이 이를 증명합니다. 애초에 있지도 않은 텅 빈 벽 허공에서 콘크리트 코어를 뽑아내다니, 저 시험소는 유령의 뼈라도 갈아 넣었단 말입니까?"

반대 측 변호인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가는 가운데, 초이가 쐐기를 박듯 다음 장의 자료를 스크린에 넘겼다.

"저희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시공 내내 미국 규정의 두 배가 넘는 양으로 콘크리트 샘플인 공시체를 만들어 완벽하게 봉인한 뒤, 제3의 독립적인 국가 공인 기관 지하 창고에 1,180개나 보관해 왔습니다. 오늘 아침, 시청 관계자의 철저한 입회하에 문제가 제기된 해당 구간의 공시체 6개를 무작위로 개봉하여 강도를 측정했습니다. 결과는 평균 47.2메가파스칼. 설계치 40을 훌쩍 뛰어넘는 118퍼센트의 완벽하고도 튼튼한 초고강도였습니다!"

방청석에서 웅성거림이 환호로 바뀌기 시작할 무렵, 나는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위해 마지막 서류 봉투를 집어 들었다. 그것은 1년 전, 모델하우스 배관이 고의로 테러당했던 그날 밤, 내가 3부로 복사해 꽁꽁 숨겨두었던 바로 그 출입기록 원본이었다.

"그리고 1년 전, 누군가 고의로 우리 모델하우스 배관을 파손했던 밤의 출입기록입니다. 계약에 없던 청소업체로 위장해 무단 침입했던 두 명. 놀랍게도 그중 한 명의 실명이, 오늘 이 청문회장 반대 측 좌석에 증인으로 앉아있는 저 품질관리 보조가 현재 소속된 용역 회사의 지난달 급여대장에 똑똑히 적혀 있습니다. 더 끔찍한 사실은, 있지도 않은 허공에서 시료를 뽑아내 거짓 성적서를 발급한 저 사설 시험소가, 지난 14개월 동안 올린 막대한 매출의 무려 71퍼센트를, 바로 저 반대파 카르텔 연합의 일감으로 채웠다는 움직일 수 없는 국세청 추적 기록입니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셔터 소리가 빗발치며 청문회장은 걷잡을 수 없는 폭동 같은 소란에 휩싸였다. 그때, 카르텔의 핵심이자 우리의 가장 끈질긴 반대파였던 뎁스가 돌연 핏기가 가신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마이크를 켰다.

"저는... 2년 전 바로 이 방에서 저들의 완벽한 프로젝트를 성냥갑이라 비하하며 오만하게 조롱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저들의 완벽한 진실 앞에서 저는 제가 속한 카르텔 연합의 썩어빠진 비리에 대한 자체 감사를 시 당국에 정식으로 요청하며... 이 아파트에 대한 모든 반대 진술과 소송을 즉각 철회하겠습니다."

망치가 세 번 울리며 청문회가 휴정된 후, 복도에서 마주친 뎁스가 복잡한 눈빛으로 내게 다가와 물었다.

"미스터 강. 대체 왜 그 치명적인 '물을 탔다'는 얘기를 당신 입으로 먼저 꺼낸 겁니까? 자칫하면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러시아 룰렛 같은 제일 위험한 카드였는데."

나는 창밖으로 보이는 굳건한 우리 아파트를 바라보며 아주 덤덤하게 답했다.

"가장 위험한 진실이니까요. 그 약점을 적의 입에서 먼저 꺼내게 두면 우리 심장을 찌르는 치명적인 흉기가 되지만, 내 입으로 먼저 떳떳하게 꺼내어 밝히면 그 어떤 거짓도 뚫을 수 없는 가장 완벽한 방패이자 증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 7: 입주 첫날의 소리

거센 폭풍우가 지나가고 마침내 입주가 시작된 첫날. 나는 아침 일곱 시부터 안전모 대신 편안한 모자를 쓰고 거대한 단지 안을 천천히 걸어 다녔다. 봄햇살을 받은 18층짜리 웅장한 여덟 개 동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사방에서는 거대한 이삿짐 사다리차가 여덟 대나 요란한 기계음을 내며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고, 1층에 새로 문을 연 어린이집 앞에서는 다양한 인종의 학부모들이 커피를 들고 서로 어색하지만 환한 얼굴로 통성명을 나누고 있었다. 옥상에 조성된 친환경 텃밭에서는 이란에서 온 수염 덥수룩한 할아버지와 한국에서 온 꼬부랑 할머니가, 서로 한 마디도 통하지 않는 언어와 요란한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상추를 어느 깊이로 심어야 하는지를 두고 유쾌한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1층 커뮤니티 도서관의 텅 빈 책장에는 벌써 누군가 기증하고 간 알록달록한 스페인어 그림책 십여 권이 따뜻하게 쌓여 있었다.

오후 무렵, 3동 1104호에서 현장 사무실로 전화가 걸려 왔다. 추첨일 날 딸을 안고 짐승처럼 울었던, 세탁소를 운영하는 바로 그 멕시코계 남자였다. 어디 배관이 또 터졌나 싶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나는 단숨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11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현관문을 연 그는 아무 말 없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내 손을 끌고 넓은 거실로 향했다. 그리고는 턱끝으로 거실 한가운데를 가리켰다.

두꺼운 카펫도 깔려있지 않은 맨송맨송한 마룻바닥 위에, 그의 막내딸이 편안하게 배를 쫙 깔고 엎드린 채 그림 숙제를 하며 꺄르르 웃고 있었다.

그가 젖은 눈으로 나를 돌아보며 목이 멘 소리로 말했다.

"소장님. 제 딸아이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집안 바닥에 저렇게 마음 놓고 엎드려 누워본 적이 없어요. 우리가 살던 싸구려 미국 집 바닥은 늘 뼛속까지 시리도록 차가웠고 외풍이 불었으니까요. 이 기적 같은 집을 지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나는 코끝이 찡해져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아이의 등을 따뜻하게 쓸어내려 줄 뿐이었다.

그날 저녁, 아파트 중앙 광장에서 화려한 준공 기념 행사가 열렸다. 내 손을 잡고 위로를 건넸던 오티즈 시의원이 단상에 올라 축사를 하며 이 단지를 가리켜 "우리 캘리포니아가 그토록 오랜 세월 무지 속에서 잊고 있던,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위대한 질문에 대한 완벽한 해답"이라고 극찬했다. 우리를 혹독하게 괴롭혔던 건축 칼럼니스트 밀너는 펜과 취재 수첩 대신 자신의 늙은 노모와 어린 아들 가족을 데려와, 따뜻하게 데워진 커뮤니티 센터 바닥에 앉아 뷔페 밥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구조 엔지니어 초이는 자기 부모님의 입주 신청이 높은 경쟁률 탓에 똑떨어졌다며 입을 삐죽대면서도 연신 함박웃음을 지었고, 왼손에 붕대를 감은 배관 최 반장님은 축제는 안중에도 없는지 하루 종일 동마다 돌아다니며 배관 점검구 밸브만 수십 번씩 열어보고 닫기를 반복했다. 그가 한국의 공법을 못 미더워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평생 쇠파이프만 만지며 살아온 무뚝뚝한 장인이 자신이 지은 자식 같은 집에 보내는 가장 뜨거운 애정 표현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내 안주머니에는 본사에서 며칠 전 긴급하게 내려보낸 두툼한 차기 프로젝트 서류가 들어있었다. 이번 성공에 고무된 본사는 롱비치 해안가에 2,400세대, 춥고 비가 많이 오는 시애틀에 1,800세대, 그리고 저 멀리 보수적인 텍사스에서부터 먼저 연락이 온 대규모 신도시 문의 세 건을 연달아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심지어 오늘 아침에는 워싱턴 D.C.의 미국 주택도시개발 관련 정부 기관 실무진들이 우리 현장의 시방서를 통째로 복사해 가져가, 국가 건축 표준 규정 개정을 위해 심도 있게 검토 중이라는 믿기 힘든 소식도 들려왔다. 어쩌면 아주 머지않은 훗날, 콧대 높은 이 거대한 나라의 건축 표준 문서 한 귀퉁이에, 먼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말에서 온 낯선 단어가 당당히 하나쯤 표준어로 새겨져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것이 'Ondol(온돌)'이든, 'Balcony Expansion(발코니 확장)'이든, 아니면 그저 삭막한 콘크리트 상자가 아닌 진정한 이웃이 살아 숨 쉬는 'Apartment(아파트)'라는 단어의 완전히 새롭고 따뜻한 의미로서 말이다.

축제가 무르익어 가는 밤, 나는 조용히 18층 옥상으로 올라가 안전 난간에 기대어 거대하게 뻗은 로스앤젤레스의 눈부신 야경을 내려다보았다. 불과 2년 전, 내가 딛고 선 이 자리는 범죄자들이 득실대는 버려진 쓰레기 폐차장이었고, 그 시절의 나는 이 도시에서 그저 성냥갑이나 팔러 온 비루하고 오만한 장수 취급을 받았었다. 하지만 기적처럼 솟아오른 지금 내 발밑에서는, 무려 1,240가구의 다양한 사람들이 얼어붙은 몸을 녹이며 저녁 밥을 짓고 단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환풍구를 타고 어디선가는 매콤하고 구수한 김치찌개 냄새가, 또 다른 층 어디선가는 낯설지만 군침이 도는 멕시코 향신료 커민 냄새가 봄바람을 타고 따뜻하게 올라와 뒤섞이고 있었다. 나는 지난 2년간 한 번도 내 머리 위를 떠나본 적 없는 무겁고 딱딱한 헬멧을 천천히 벗어 옆구리에 단단히 끼고는, 광활한 태평양을 향해 불어오는 밤바람을 맞으며 낯선 미국 땅에 온 이후 처음으로, 깊고 길게... 그리고 아주 홀가분하게 숨을 내쉬었다.

유튜브 엔딩멘트

"성냥갑"이라는 비웃음과 혹독한 텃세를 딛고, 마침내 LA 한복판에 1,240세대의 한국형 아파트를 우뚝 세워 올린 이야기, 통쾌하게 들으셨나요? 무너지는 미국 아파트 앞에서 생명을 구하고, 치밀한 음모 앞에서는 떳떳한 진실로 승부했던 K-건설의 자부심이 돋보이는 시간이었습니다. 바닥을 데우는 온돌이 누군가에겐 평생의 꿈이 되듯, 포기하지 않는 진심은 결국 통하기 마련입니다. 오늘 이야기가 사이다처럼 시원하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부탁드리며, 다음에도 가슴 벅찬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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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수채화 스타일. 아름다운 로스앤젤레스 도심의 저녁 야경을 배경으로, 세련되고 거대한 18층짜리 한국식 고층 아파트 단지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우뚝 서 있는 모습. 아파트 주변으로는 야자수가 심어져 있고 평화로운 분위기. 글자 없음. 비율 16:9.
영어: Watercolor style. In the background of a beautiful Los Angeles downtown evening cityscape, a massive and modern 18-story Korean-style high-rise apartment complex stands tall, brightly lit. Palm trees are planted around the apartment, creating a peaceful atmosphere. No text. 16:9 aspect ra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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